서체도안저작권 함부로 사용한 경우

 

 

요즘에는 더 이상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컴퓨터 키보드를 활용해서 업무에 임하게 되고, 특히나 요즘 학생들의 경우에는 키보드보다도 스마트폰 자판에 익숙해진 세대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컴퓨터 입력 장치로 글씨를 입력할 때의 장점은 글씨가 명확하게 입력되기 때문에 혹여나 실제로는 아주 악필인 사람의 글이라 하더라도 읽는 데에 전혀 지장을 느낄 일이 없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더 이상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상대방에 대한 마음을 담아 글을 쓰는 일은 다소 줄어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여러 친구들로부터 받은 편지에서 각자의 글씨체를 비교해보면서 사람의 성격이 글씨체에도 어떤 식으로 드러나고 있는지 골몰히 생각해 볼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이 아쉽기도 합니다. 이렇게 디지털 세대에 익숙해져 가면서도 우리는 때로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되는데요.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사람의 이름을 딴 폰트가 개발되면서, 그 사람이 직접 손 글씨로 쓸 때의 글씨체를 폰트로 구현하여 컴퓨터로 적용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드시 본인의 글씨체가 아니더라도 제공되어 있는 범위 내에서라면 본인의 마음에 드는 글씨체를 적용시켜 글을 작성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에 그리 놀랄 일만은 아닌데요.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지게 된 글씨체는 누가 만들었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개성적인 부분이 담겨있기도 하고, 그 글씨체를 만들 때까지 개인의 노력이 어마어마하게 담겨있기도 합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폰트에 대해서 서체도안저작권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컴퓨터에 기본적으로 담겨 있는 글씨체 외의 다른 글씨체를 사용하는 분들이 많지 않아 잘 모르실 수 있으나, 만약 유료 폰트임에도 이를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폰트를 구해와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다면 서체도안저작권에 걸려 배상책임을 물게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몇 글자라도 사용했다면 충분히 서체도안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는데요. 한 가지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H회사는 서체도안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이곳에서 h글씨체를 만들고 그에 대한 저작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P씨는 어느 날 친구로부터 친구가 영업하는 가게의 홈페이지에 쓸 이미지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P씨는 인터넷을 뒤지던 중 H회사의 서체를 발견했고, 이것이 마음에 들어 친구 가게의 상호를 h글씨체로 나타낸 다음 이 이미지를 친구에게 전달해주었습니다. 친구 역시 이것이 마음에 들어 이를 그대로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이를 발견한 H회사는 자신들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소를 제기했습니다.

 

특히 직접적으로 h서체를 사용해 이미지를 제작한 P씨가 문제시 되었습니다. H회사에서는 실제로 폰트를 돈 내고 사용하는 경우 수백만 원의 이용료를 받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라고 하면서 이 전부를 P씨에게 요구했습니다.

 

 

 

 

 

법원에서는 P씨의 서체도안저작권 침해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다만 H회사에서 주장하는 피해액은 너무 과도하다고 보았는데요. P씨가 사용한 서체의 범위나 H회사에서 이제까지 서체도안의 사용료 대가로서 받아온 금액 등을 고려하면 수십만 원 정도 수준에서 적당히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에 법원에서 판단하기에 적정한 금액으로 배상할 수 있도록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사용한 폰트 하나가 배상 책임으로 바뀌어 날아오게 될 수 있습니다. 무료로 배포하는 서체도 많은데다가 서체끼리 얼핏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도 많아서 무심코 사용하다가 배상 책임에 휘말릴 수도 있는 것인데요.

 

물론 사용한 횟수가 적고 악의적인 것이 아니었다면 배상액 자체는 그다지 크게 책정되지 않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스트레스나 적은 돈이더라도 쓸데없는 비용 지출이 생기지 않도록 폰트에도 저작권이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시고 문서 작성에 주의를 기울여보시기 바랍니다.